살아가는이야기

사모곡

구르는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2017. 12. 11. 07:18

첨부파일 wildrosemandol.mp3



[엄마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는돌의 어쿠스틱 버젼]



내가 초등학교를 들어갔을 때 내 위로 형 둘과 누나 둘도 모두 학생이었다.
     
보증을 잘 못 서 집안에 빚이 많아 가뜩이나 어려운 시절이어서 보리쌀도 아껴가며 살아야 하는 정도의 빈한한 삶이었는데 고등학교부터 초등학교 까지 5명의 자식을 학교를 보내려니 부모님은 정말 힘드셨을 것이다.
     
용돈은 커녕 수업료나 기성회비조차 제 때 낼 수도 없었고, 그 당시만 해도 선생님들이 미납된 학생들을 벌을 세우거나 심지어는 때리기 까지 하던 시절이었는데 그런 것 보다 동창 아이들 한테 놀림을 받는 일이 더 견디기 힘들었었다.
     
학교 갈 시간은 다 되었는데 학교에는 안가고 수업료 달라고 버티는 자식들을 억지로 떠밀어 학교로 보내야 하는 엄마의 심정은 지금도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또래들한테 망신을 당하기 싫어하는 자존심 센 누이는 기어코 엄마한테 “ 왜 나를 낳았느냐”는 말까지 뱉고 말았다.
     
어린 눈에도 엄마의 슬픈 눈매를 보는 것이 괴로웠다.
     
그럼에도 세월은 흘러 어느덧 위의 형과 누나들은 고등학교나마 다 졸업을 했고 나도 고3이 되어 진로를 결정해야 했는데 집안 형편상 대학가는 것은 불가능하여 그냥 맨날 술마시고 농구하고 놀기만 했다. 노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유일하게 인생에서 고민이 적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보다 못한 담임 선생님이 설득하여 마지못해 학력고사 시험을 보고 대학에 합격하여 집에서 애지중지하던 소를 팔아 겨우 입학금을 마련하여 학교에 들어갔는데 그 때가 우리집의 가장 행복한 때였다.
     
그러나 그 행복도 오래가지 못하고 엄마는 내가 휴학하고 군대에 갔을 때 모내기를 하시다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셨다.   지금의 내 나이보다 더 짧은 인생을 사시고는......
     
벌써 30년이 훨씬 지난 세월이지만 경치 좋은 곳에 가거나 맛있는 음식을 대할 때면 엄마 생각이 난다.  생전 여행을 한 번도 못하시고 좋은 음식을 드셔본 적이 없는 엄마.
꽃 피는 봄이 오면 꽃구경 한번 가 보는게 소원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오늘 인터넷 뉴스에서 “아버지의 실직 - 그날 이후, 어머니는 삼겹살을 올리지 않았다”라는 기사를 보다가 눈물 한바가지 흘리고 이렇게 엄마 생각이 나서 끄적여 본다.
     
오늘 밤엔 엄마가 내 꿈에 오면 좋겠다. 꿈에서라도 효도 한번 해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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