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

탈고안될 전설

구르는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2009. 9. 25. 08:07

중학교 때인가 고등학교 때인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이 소설을 국어시간에 배웠습니다.

그 때 그 가슴저리고 아름다운 이별이야기가 문득 문득 떠오릅니다.

여러분들도 다 기억하시겠지만 그 소설의 시놉스를 짧게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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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속의 화자(話者)인 내가 여름에 불암산 초입에 있는 형의 원두막에서 참외밭을 지키며
여름을 즐기고 있었는데 어느 비오는 날 근처를 지나가는 여승에게 비도 피할겸 쉬어가라고
참외를 깍아줍니다.

이 여승은 20대 중반의 앳띤 얼굴에 교양미가 있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슬픔이 묻어있었고
비가 그치자 절로 놀러오라는 인사말과 함께 불암사로 총총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몇일 후 베트남 전쟁에서 한쪽팔을 잃은 젊은이가 이 원두막을 지나게 되었는데 이 근처에 있는
절을 찾고 있었습니다.

나는 불현듯 그 여승이 생각났지만 그 여승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묻고 싶은 유혹도 참았습니다.

그 여승에 대한 환상이 깨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이었습니다만 결국 불암사의 위치를 알려주고야
말았습니다.

이튿날 햇살이 부채살처럼 퍼질 무렵 그 외팔이 젊은이와 여승은 참외밭머리에서 헤어지고
있었습니다. 돌아서 가는 외팔이를 바라보는 여승은 합장한 채로 석상처럼 그 자리에 서있고.......

나는 그들의 이별이 어떤 쓰라림인지 모르겠지만 진실과 사랑의 참회로 다가왔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들의 이별이 탈고안될 전설처럼 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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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국어책에서 읽고 그 어린 나이에도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을 느꼈었습니다.

너무 슬픈 사랑아닙니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 참외를 한 입 베어물고 수줍은 듯 베시시 웃는 그녀......."

저도 늑대라 이 부분에서 제 애간장이 타는것이 아닐까요?

 

작가인 류주현선생은 저의 고향인 여주 출신의 소설가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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