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이야기

아버지와 삼겹살

구르는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2006. 1. 18. 14:48

오지의 나의 고향은 마땅한 식당도 없고 해서 우리집같은 대가족이 모이면
근사한 식사한번 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각종명절이나 집안의 행사가 있을 때마다 앞마당에서 삼겹살파티로 대신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있다.

마당에 크고 넓적한 돌(차라리 바위라고 해야...)을 안쳐놓고 그 밑에 장작불을 한참 지핀다음 돌이 불에 뜨거워 지면 비로소 삼겹살 파티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열근정도의 삼겹살과 뒷밭에서 기른 상추와 고추를 대바구니에 푸짐하게 담아놓고 소주한박스 준비하면 거의 20명이나 되는 대 식구들의 먹거리로 손색이 없다.

불은 주로 내가 담당하였는데 연기가 너무 나지 않게 잘 지펴야 하고 바람의 방향도 조심스럽게 살펴야 한다.

삼겹살은 주로 아버지가 구우셨는데 처음에는 자식들과 며느리들이 서로 굽겠다고 우겨도 항상 아버지는 고기굽는 자리를 양보하지 않으셨다.

아버지 당신도 고기를 구우면서 때때로 드시지만 그것보다는 당신의 식구들이 먹는것을 바라보는게 더 기쁜 표정이었고 특히 나이어린 손주들이 고기를 받아 먹을 때 더 큰 만족감을 나타내셨다.

젓가락에 고기를 집어서 손주들 입근처에 갖다대었다가 멀어지고 다시 갖다대었다가 이렇게 몇번하다가 입으로 쏙 넣어주면 받아먹는 손자들은 물론 아버지도 아주 행복해 하셨다.

손주들이 시골에 도착하자 마자 손을 잡고 동네에 하나뿐인 새마을 구판장으로 데리고 가서 원하는 과자를 마음껏 고르게 하여 한아름씩 안겨주는 것으로 성대한 환영식을 마치시는 아버지를 손주들이 좋아하고 따르는 것은 당연하였다.

아버지가 작년 봄 폐암으로 돌아가시자 제일 슬퍼한것은 손주들이었고 그 후로는 시골집에서 삼겹살 파티가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요즘도 가끔 밤하늘의 별을 보면 쏟아지는 별빛아래서 모닥불을 지펴놓고 아버지가 구워주신 삼겹살을 맛있게 먹던 지나간 시절 생각에 눈가에 물기가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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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태그는 왜 안먹히는 거죠? 누구 아시는 분 있으시면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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