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어 서서
24.05.05(일)
전날 소백산 등산을 마치고 영주 역전의 허름한 여관에서 기분좋은 잠을 잔다음 아침에 일어나 주변을 산책하는데
아주 촌스러운 해장국집이 있어 들어갔더니 자리가 딱 하나 남아 있습니다.
역시 아침엔 콩나물 해장국이 제격이라 특콩나물을 주문했는데 콩나물이 진짜 엄청 많네요.. 저는 콩나물 애호가.....ㅎㅎ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보통7천원 특8천원... 만당해장국 기억합니다.
해장국을 맛있게 먹고나서 차를 몰아 부석사엘 갑니다. 이번이 2번째 여행
제가 절집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많이 돌아댕기지도 못했지만
좋아하는 절집이 현재까지 몇개 있는데
충청도의 개심사
전북의 내소사
전남의 선암사
그리고 바로 경북의 부석사입니다.
한결같이 절집이 자연스럽고 이쁘고 너무 번잡스럽고 호사스럽지 않은 절집들입니다.
부석사를 오르는 길은 약간의 오르막길인데 주위에 산 대신 밭이 많아 고즈넉함과는 약간 거리가 있네요.
당간지주...
아주 단순한 석물이지만 풍기는 아우라가 범상치 않습니다.
단아한 아름다움이랄까요.
사천왕이 지키는 천왕문을 지나서도 계속 길이 이어집니다.
절이 경사지에 지어져서 이렇게 석축이 많은데 석축도 아름다움의 요소입니다.
또한 자동적으로 계단도 많습니다.
문턱넘어 보이는 대종각
단청없이도 엄청 미학적으로 뛰어난 건물입니다.
대종각 밑으로 난 계단이 특이합니다.
계속 무량수전으로 가는 길입니다.
대종각에는 예전에는 종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큰 북과 목어가 멋지게 자리합니다.
큰 종은 바로 옆에 새로 지은 종각에 있습니다.
이 샘을 보면서 생각나는 노래.
"나 무엇이 될까 하니
그리운 그대 꿈속까지 찾아가
사랑하는 그대 귀 씻어주는
맑은 물소리 ~~~"
멋진 안양루를 지나면.....
옅은 안개에 쌓인 무량수전이 있습니다.
가장 오래되었고(이건 검증되지 않은) 가장 멋진(이건 제 눈으로) 목조건축물입니다.
무량수전 안에서 찍은 안양루의 실루엣
무량수전 안에 들어가 잠시 참선을 했습니다.
신도가 딱 한명이라서 눈치 볼것이 없습니다.
저는 불교신자가 아니지만 나이가 천년이 넘어가는 멋진 건축물 안에서 잠시나마 건물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기체조 할 때의 정좌 자세로 몇 분간 있으면서 그 소리를 들으려 했지만 기력이 약한 제가 무엇을 들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그냥 번뇌만 더하는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만족합니다.
무량수전은 안에도 배흘림 기둥이 여럿 있는 구조입니다.
내부에서는 촬영금지라 문밖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무량수전 바로 옆의 윗쪽에는 삼층석탑이 멋지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영주 부석사의 진수는 바로 이 삼층석탑에서 절집을 내려다 보는 풍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구도와 분위기라니....
볼 때마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라는 걸 느낍니다.
위로 향하는 오솔길이 있습니다
이 길을 따라 가면 부석사의 보너스 트랙 같은 곳이 있습니다.
조사당이라는 건물이 있고 이 절을 창건한 의상대사의 지팡이 나무가 있습니다.
조사당 건물 처마 밑에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꽂아 놓았는데 그 지팡이가 자라났다고 하는 전설의 나무입니다.
골담초라는 나무인데 처마 밑이라 빗물도 공급이 안되는데 이렇게 1300년이상을 버틴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지금은 보호하기 위해 철망을 쳐놓았는데 물을 주는 흔적도 없습니다......
조사당에서 조금 더 옆으로 오르면 응진전... 여기는 삼존불인가 있다는데 문을 잠가 놓아서 못보았습니다.
다시 내려오니 안개가 거쳐서 시야가 좀더 좋습니다.
멋진 무량수전과 이제 이별할 시간
천천히 다시 내려옵니다.
공양간의 굴뚝같은데 이것 마져도 예술품에 가깝습니다.
절의 곳곳이 카메라만 들이대면 예술작품 같이 아름다운 부석사.....이제 안녕
이제 다시 절의 입구로 내려왔습니다.
커피가 땡겨서 작은 카페에 들어가려고 봤더니
기둥에 보기 쉽지 않은 식물이 있네요.
담쟁이 덩굴 사이에 잎이 작은 상록이 있는데요
저것이 송악이라는 덩쿨입니다.
고창 선운사 입구 암벽에 대규모로 있는 것이 유명하고요
강진에 갔을 때 어느 절 입구에서도 멋지게 바위를 장식하고 있던 것을 보았더랬습니다.
주인도 이름을 모르는 덩쿨.....ㅋㅋ
아름다운 5월의 숲을 보면서 커피한잔 하니 행복한 감정이 밀려옵니다.
제가 인생을 잘 살고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이제 또 길 떠나 다른 곳으로 휘리릭....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