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능선에서 바람의 노래를.....
24.5.4.토
집사람이 봉화에서 초등학교 동창회를 1박2일로 한다기에 교통편도 좋지 않아 직접 태워다 주기로 하여 길을 나섰는데 3연휴 첫날이라 길이 얼마나 막히는지 영주까지 5시간이나 걸렸습니다.
회장 감투를 억지로 쓰고 있는 관계로 영주 시장에서 편육과 문어등을 구입해야 해서 다 수발들고 나서 동창들한테 인수인계 해주고 이제 저는 자유의 몸 ㅋ
원래는 첫날 영주의 여러곳을 돌아댕기고 여관에서 잠을 잔다음 다음날 새벽에 시원한 기온에서 소백산을 등산하기로 맘먹었는데 일기예보가 다음날 오전에 비가 온다하니 어쩔 수없이 날이 더워도 첫날 소백에 오르기로 계획을 바꿉니다
사실 집사람을 데려다 주는 목적이 이 소백산을 오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할 뿐입니다
직장생활 할때 직장산악회나 엠티 그리고 성당산악회 등으로 소백산을 여러코스로 많이 올랐는데 그때도 소백산이 좋았는데 요즘 직장도 없고 등산할 기회가 없는 상태에서 이런기회가 생기니 어린아이가 소풍가기 전날 처럼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소백산은 오를때마다 늘 저에게 가슴을 확 트이게 만들고 능선에서는 바람의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소백산 능선의 바람은 국내 능선중에 가장 센것으로 유명하고 겨울철에 능선을 걷다가 저체온증으로 죽는 이들도 꽤나 있을 정도로 엄청납니다.
그 바람을 제대로 한번 맞으면 정신이 확 들면서 내가 세상을 똑바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들게 만듭니다.
이번에는 풍기읍 쪽의 삼가에서 오르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십몇년전에 전국놀자모임카페 분들과 눈이 많이 왔을때 한번 올라본 코스였는데 그 때는 영주 터줏대감이신 분이 차를 태워서 달밭골까지 간 다음에 등산을 해서 수월했는데 지금은 차를 출입금지 시켜 삼가주차장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차를 몰아 삼가주차장에 도착하니 12시 50분
바로 등산을 시작합니다
일단 달밭골을 향해 오르막길 시작
중간에 야영장을 지나고
경사가 완만해 보여도 제법 힘든길입니다
2킬로가 넘는길이 계속 오르막이라 숨이 턱턱
달밭골 도착 시작점에서 2킬로 남짓
대략 30분 소요.
이곳은 진짜 오지 중의 오지로 옛날이야기에도 가끔 나오는 산골이고 큰 전쟁통에도 아주 안전한 동네였습니다
적들이 들어올 엄두를 못내는 오지니까요
지금은 카페와 펜션이 생겨서 옛맛을 잃어 가는중...ㅠ
여기에서 숙박하시는 분들만 차를 타고 오를 수 있습니다
등산을 늦은시간에 시작해서 날이 저물까봐 엄청 속도를 내서 오릅니다
거기에다 영주 사시는 형님이 저녁사준다고 빨리 올라갔다 내려오라니 더더욱 속도를 냅니다
영주의 형님은 저보다 13살이나 많으신데 완전 날다람쥐로 백두대간을 두번이나 완주하시고 국내의 산이란 산은 모조리 그것도 몇번씩이나 오르신 진짜 산꾼입니다
그러니 젊은? 저를 닥달하시는 거죠
죽을 힘을 다해 오르다 보니 딱 중간지점이네요
지난 근로자의 날에 했던 북한산 등산의 여파로 다리근육이 뭉친데다가 당구치다가 다친 발목부분 상처가 곪아서 통증이 심하지만 그런것쯤은 충분히 견뎌 내야죠 .
여기까지 45분 걸렸는데 점점 경사가 급해지는 코스라 걱정됩니다
나무계단과 돌계단을 정신없이 뛰어 오르다 보니 이제 정상이 보입니다
저 나뭇잎 사이로 ...
그런데 너무 빠르게 올라오다 보니 숨은 막히고 기진맥진에 배는 고프고 목도 마르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느낌이 들어 카누커피물을 한모금 들이키니 정신이 바짝나는게 힘이 솟는 느낌입니다
카페인의 위력을 실감합니다
삼가샘터를 지나면 조난 추모비가 있는데 저기 잠들어 있는 분은 행복할듯합니다
죽어서도 산 꼭대기에 계시면서 수많은 산꾼을 만날수 있으니까요
정상에 가까워오니 아직 초봄인듯 나뭇잎이 막 나오기 시작입니다
저기 위의 데크가 정상입니다
다 올라오니 힘이 솟고 뛰어 올라봅니다
드디어 정상 ..
1439미터
대략 2시간 10분 소요 ...
인증샷부터 찍습니다
내가 가야할 어의곡 국망봉 방향의 능선길
이쪽은 천동 죽령 희방사로 가는 능선길입니다
어의곡과 국망봉의 갈림길...
오늘 산행의 최종 목적지 입니다
이곳 능선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
한겨울에 이곳에서 엄청난 바람을 맞으며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바람의 노래를 제대로 들었던 곳입니다
다만 이 날은 바람이 거의 없어서 바람의 노래를 들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신 제가 소백산에게 바람의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잘 못부르는 노래지만 진심을 다해서 불렀습니다
제가 올라온 코스를 내려다 봅니다
정상석 바로 뒤 데크에서 간식을 먹는데 바로앞의 커플이 마시는 저건?...
막걸리네요
진짜 한잔 얻어서라도 마시고 싶었는데 늙은이가 주책떤다고 할까봐 엄두도 못내고 입맛만 다시고 ..
저는 바닥만 남은 커피에다 과자 부스러기 ..
거기에 러셔리라 하면 견과류 조금...으로 간식을 먹습니다 ㅠ
30분 남짓 함께한 능선과 정상에서의 시간이 꿈같습니다만 이제 정상석과 이별할시간 ..
내 평생에 여길 다시 오를 체력과 시간이 있을지를 생각해보니 너무나 아쉽고 슬픕니다.
영주형님이 더 빨리 만나자고 재촉하시니 ㅠ
진짜로 뛰어서 하산을 합니다
다행히 곪은 다리도 많이 쓸리지 않습니다
순식간에 딱 중간지점의 사고지 쉼터
여기까지 45분밖에 안걸렸습니다
중간에 있는 비로사도 보고 싶었는데 볼시간이 없죠
달밭골에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진짜 명품길입니다
이 길을 천천히 걸으면 완전한 행복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입니다
이제 하산완료
1시간 20분 소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진짜 번갯불에 콩구어 먹는 속도입니다 ㅋ
아직은 나의 다리와 심폐기능이 정상이라는 안도감도 드는 등산이어서 더욱 만족 스럽습니다
일찍 등산을 마친 덕분에 여유있게 여관에 가서 씻고 단장한다음 영주형님이 사주는 회를 맛있게 먹으며 영주의 밤을 즐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