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천불동-무너미-공룡-마등령-금강굴)
2020.10. 9 금
소공원05:20-양폭07:40-무너미고개08:54-1275봉안부10:50-마등령삼거리12:26-금강굴14:57-비선대15:47-소공원16:41(총11시간 21분 소요)
물 1.5리터 커피0.3리터 소비
걷기는 오랫동안 해 왔지만 사실 등산은 그리 자주 한것도 아니고 더구나 몸집이 너무 커서 잘 하지도 못하는데
그래도 힘든 산엘 가고 싶은 맘이 자주 든다.
설악산은 그런 나에게 늘 가보고 싶은 산이어서 대청봉 3번과 십이선녀탕 그리고 흘림골등을 가봤지만
백두대간의 화룡점정인 공룡능선은 한번도 넘어본적이 없어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한글날 3일연휴가 아주 좋은 기회라 이번이 아니면 평생 넘어볼 수가 없을 것 같아 날을 잡았다.
공룡능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이번에는 공룡만 무사히 넘어보자라는게 목표다.
원래는 서울 양재에서 밤 11시에 출발하는 설악산 행 버스를 타고 가서 무박2일로 진행하려고 했지만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 새벽 3시에 차를 몰아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해서 바로 배낭을 메고 출발(05:20)
소공원 정문을 지나는데 등산객들이 꽤나 있다. 이 시간에도 ....
어두운 길을 가다가 신흥사 정문앞에서 계단을 못보고 발이 걸려서 앞으로 꽈당 넘어졌는데 무릎이 엄청 아프다.
휴대폰을 켜고 보니 무릎이 까졌고 다행히 뼈는 안다쳤는데 걷기가 불편하다.
오늘 위험한 코스이니 몸조심 하라는 액땜이라고 여기고 핸드폰 플래쉬 불빛에 의지하여 비선대 쪽으로 갔다.
천불동 계곡을 오르는데 하늘이 조금 열리고 있다.
비선대에 도착할 때쯤 되니 훤해진다.
비선대 통제소 옆에 구급함이 있어서 화상연고?를 바르고 1회용 반창고로 응급조치를 했다. 연고가 그것밖에....
그리고 비선대 삼거리에서 잠깐 고민중.....
양폭으로 가면 쉽게 오르는 길이나 하산할 때 무지 어렵고
마등령으로 가면 처음부터 죽음의 코스로 어렵지만 하산할 땐 쉬운 코스이니.....
그러나 공룡을 무사히 타려면 초반에 힘을 아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양폭 쪽으로.....ㅎㅎ
양폭쪽으로 갈수록 점점 단풍이 보인다.
역시 설악산의 그림은 사진으로도 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 멋지다.
금강산에도 두번 갔었는데 솔직히 설악산이 더 멋지다는 느낌이다.
몇년전에 회사 부서 직원들과 오색에서 대청봉 오르고 이 천불동으로 하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멋졌고 지금 다시 봐도 더 멋지다.
두시간 20분여의 약간빠른 걸음끝에 양폭산장에 도착 07:40
제법 많은 산객들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새벽 2시 반에 일어나서 밥을 먹었고 차 안에서도 김밥을 먹었지만 큰산을 올라야 하니 또 아침을 먹는다.
깁밥과 돼지 편육인데.... 이번 등산에서 이 편육이 힘을 많이 주었다.
배고프면 산을 못타는 체질....ㅠㅠ
양폭포를 지나고
천당폭포도 지난다.
계속되는 절경에 감탄사가 이어지고......
해발이 점점 높아지니 단풍색도 점점 예쁘다.
가을의 심장속으로? 가는 저 여인은 누구인가? 제 여행기의 전용 모델...ㅋㅋ
무너미 고개에 어렵지 않게 도착하였다. 08:54
여기서 마음을 다잡고 심호흡 한번 한다음 이제 본격적으로 공룡능선으로.....
조금 가다 보니 신선봉으로 오르는 급경사가 나타나는데 이정도야....ㅎㅎ 아직은 체력이 빵빵.
신선봉 안부에 오르니 저 앞의 공룡 등뼈가 보이는데 동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공룡을 넘다가 구름으로 변해
시시각각 보였다 안보였다를 반복한다.
대청봉쪽은 완전히 구름에 가려서 전혀 보이지 않고
1275봉도 사진 찍기가 힘들게 보였다 안보였다....
이런 외길에서는 양쪽으로 통행하는 인파때문에 자주 정체가 발생한다. 그래도 서로 양보하는 마음으로.....
갈 수록 여기도 절경......
점점 힘이 들고.... 가끔은 네발 주법으로 기어 올라가기도 .... ㅠㅠ
넘고 내려가고 다시 넘고.... 지친다... 물도 자주 마시게 되고 이제 반도 더 마셔서 물이 바닥날까봐 겁난다.
1275봉 오르기 전 작은 계곡에 식수 보충지가 있다고 하지만 어딘지도 모르겠고 그냥 아껴마시면 얼추 맞을 것 같기도...
아...이제 1275봉에 왔다..... 반 이상 왔으니 오늘 성공의 예감이....
구름은 점점 두꺼워 지고 비가 내렸는지 바위가 다 젖었다.
여기서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른다.
다시 이런 내리막길을 가고,,,,
또 오르막에서 힘이 들고......
가끔은 이런 평지길도 있으니 다행.....ㅋ
아 이제 드디어 공룡이 끝났다. 12:26
예상했던 것 보다 페이스가 좋다. 힘이 들긴 하지만 못견딜 지경은 아니다.
무릎도 아직은 괜찮다.
이제 비선대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잠시 오르막을 올라 마등령안부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침에 먹다 남은 김밥과 돼지 편육.... 역시 배가 고프니 맛있다.
마등령 정상은 출입금지..... 다만 백두대간을 주파하는 분들은 그래도 가겠지만....
이제 내리막을 내려간다.
설악산의 단풍은 현재 해발 500미터 정도까지 내려왔다. 천불동 입구까지는 아직 일주일 정도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내려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이 길.....
무릎이 좋지 않은 집사람한테는 진짜 고통이다.
사실 집사람을 위해서라면 이 코스를 반대로 잡아야 했다.
올라가는건 다람쥐 같이 잘 올라가지만 내리막에 약한 집사람.
그래도 경치는 계속 무아지경이다. 내려면서 구름도 걷히고.
저 멀리 울산바위도 보인다.
금강굴 입구 까지 왔다. 14:57
페이스를 너무 빨리 했는지..... 시간 계획보다 너무 이르다.
그래서..... 금강굴을 올라보기로 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한번 올라본 기억이 가물 가물....
200미터도 안되는 거리이지만 등산과 하산으로 몸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여길 오른다는 것은
사실 좀 미친짓 같다.....ㅠ
힘이 너무 들고 다리가 말을 안들어 한계단에 한걸음 떼고 다른발 같은 계단에 올리고....ㅋ
굴은 별 볼일 없지만.... 일단 보고 내려와 중간지점에서 기념사진으로...ㅋ
아 이제 비선대에 다 왔다.15:47
다리의 고통이 끝나니 안도의 한숨을 쉰다.
새벽에 넘어져 무릎을 다친 문제의 신흥사 정문.....
오른쪽 계단 끝과 바닥사이에서 잘 안보여 걸려 넘어진 것이다......ㅠㅠ
그래도 까진 무릎으로 사고없이 잘 끝냈으니 다행이다.
총 11시간 21분인데 금강굴 50분정도를 빼면 10시간 30분..... 준수한 시간이다.
물도 딱 맞게 다 마셨다. 모든게 감사한 산행이었다.
그러나 몸이 엄청 피곤하다 빨리 씻고 누웠으면 좋겠다.
차를 몰고 양양시내로 가서 허름한 여관에 방을 잡고 씻으니 배가 고프다.ㅋㅋ
적당한 식당도 별로 없어서 여관 바로 뒤에 있는 기사 식당에 가서 삼겹살에 이슬이 한병 나발불듯 마시니 알딸딸 한게
정말 행복하다. 여관에서 초저녁 부터 잠을 잤다.
내일은 다친 무릎을 점검하고 뭉친 근육을 풀기 위해서 쉬운 코스를 걸어야 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