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이야기

여름휴가와 아버지

구르는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2017. 8. 4. 07:26

Yesterday(Trumpet) By Rollingstone





매년 이 맘때는 시골의 아버지가 손주를 기다리시느라 잠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는 날들이었습니다.

가뜩이나 더운 열대야에 귀여운 손주들 생각하며 날짜를 손꼽으며 이리 저리 뒤척이셨을 것입니다.


드디어 휴가일이 되어 아들 며느리 손주들이 시골에 도착하면 아버지는 동네에 하나뿐인 아주 작은 마을회관의 구판장에서

과자를 잔뜩 사다가 손주들한테 안기는 것으로 거창한 환영식을 합니다.


잔뜩 밀려있는 논밭의 농사일은 거들떠 보지도 않으시고 절대 일도 못하게 하고 그저 휴가만 즐기도록 아버지의 입장에서

갖은 노력을 다하시는데........


저녁때가 되면 화로 같은데 숯불을 피우시고 손수 삼겹살을 구우시는데 더울까봐 아무도 불옆에 못오게 하시고

손수 그 많은 걸 땀 뻘뻘 흘리시면서 다 구워서 손주들한테는 직접 먹여주시는 걸 좋아하셨습니다.


밥 다 먹고 멍석위에서 과일을 먹으면서 손주들이 앞에 나가 노래하고 무용하는 걸 무지 좋아하셨고 용돈도 두둑히 주시고.....


이러다가 밤하늘 별을 보면서 깜박 잠들기도 하고....  그럴때도 아버지는 모기에 물릴새라 모깃불 피우시느라 바쁘십니다.


다음날은 강천 도전리의 차디찬 계곡으로 피서를 가서 하루종일 또 고기굽고 물놀이하고 먹고 낮잠자고..... 


이때도 아버지가 다 하신다고 고집을 부리셔서 며느리들은 좀 미안하면서도 좋아했지요.


이렇게 좋아하시면서도 늘 우리가 시골에 다니러 내려간다고 전화하면  "힘든데 뭐하러 오느냐"며 손사래를 치던 아버지였습니다.


해마다 저와 집사람과 아이들만의 휴가를 따로 가고 또 시골에 1박2일이라도 또 휴가를 가는 것이 당연하고 또 즐거웠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시고 나서는 추억이 단절되었습니다.


다 큰 지금도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생생하게 추억하고 있는 아이들이 가끔 그 때 이야기를 해서 저를 눈물나게 합니다.


이번 여름에도 어김없이 여름휴가는 가지만 그 때의 휴가의 맛은 느낄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