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이야기

국수가 먹고 싶다

구르는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2006. 2. 5. 15:10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같은 여자가 끊여 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치 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 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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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영명축일에 국수를 먹다말고 이 시가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비교적 시골스러운 성당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국수를 많이 먹었습니다.

특히 충청도 당진이나 경기도 오산에서 신앙생활을 할 때는 웬만한 대축일에는

거의 국수를 먹을 정도였죠.........

그러나 이곳으로 이사온지 3년이 지나도록 먹어보지 못한 성당의 국수를

처음으로 먹어보는 그 감개무량함이란........

교우들과 한자리에 모여 먹는 국수는 집에서 삶아먹는 것 보다

식당에서 사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같은 신앙으로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절대 나쁜 뜻이 아닌.......)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를 나누어 먹을때 공동체란 이런것이다라는 느낌도 듭니다.

다만, 이렇게 거대한 성당에서 그 많은 국수를 삶고 담고 나르고 치우는 수고에

죄송함을 느끼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국수를 내년에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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