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이야기

[스크랩] 음력 새해맞이 춘천여행기

구르는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2006. 2. 4. 15:08

직장도 그만두고 홀가분하게 떠날 요량으로 춘천엘 갔습니다.

물론 가기전에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대한 진지한 검토는 완료했구요.........

거기라면 우리가족이 묵을 만한 딱 알맞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날 차례와 저녁에 할머니 제사를 마치고 다음날 경기도 여주에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 산소에 성묘를 하고는 바로 춘천으로 내어 달렸습니다. 정확히 한시간 만에 춘천 톨게이트를 통과하고 소양강으로 가서 유람선을 탔습니다.

바깥의 경치보다 피곤함이 몰려와서 전부 잠에 빠지고 양구까지 왕복하는 배안에서 깨어 있는 시간은 아주 잠시.......

배에서 내려 빙어무침을 먹었습니다. 펄펄뛰는 빙어는 비린내도 없이 고소한것이 1만원으로 우리가족의 점심을 해결해 주었습니다.

(무침 + 튀김 + 홍합국물 : 1만원)

춘천외곽을 드라이브하여 도착한 곳은 명동. 겨울연가의 촬영지로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이 꽤나 많이 모여 들었는데 막상 이 중 늙은이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없었고 주변 시장을 들러 한밤중에 먹을 삽겹살과 상추등을 사서 바로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체크인하였습니다.

그곳에는 파트라슈가 보무도 당당하게 입구를 지키고 있었고 친절한 주인 아자씨인 배사공님이 미소로 맞아 주고 제일 따뜻한 방을 우리를 위해 내어 주었습니다.

방이 너무나 따뜻하여 방에 들어가자 마자 집사람은 대자로 누워 그냥 이대로 잠이나 자자고 하는데 아이들은 스노보드타러 가자고 보채고.......

바로 뱃사공님이 추천해 준 렌탈샵인 "블루스카이"로 달려갔는데 여기도 역시 친절한데다가 "바람이 불어오는곳"과 밀약으로 엄청난 할인을 해주니 참 맘에 듭니다.

1:2 강습 두팀과 렌탈을 확인하고는 강촌스키장으로 가서 보드를 신었는데 이건 도대체 내 맘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고.......

아이들 둘이 한팀, 집사람과 나는 또 한팀...... 두팀으로 나누어 강습을 받는데 아무래도 집사람이 힘이들어 강사는 나를 외면하고 집사람한테만 집중적으로.......

실력도 없는 주제에 세게 내려오다가 곤두박질........

아차!!! 발이 꼬이면서 넘어져 발목이 시큰거려 걸음도 제대로 못걸었지만 그래도 영업시간까지 본전은 빼야지.......

다행인것은 가장으로서 실력이 제일 빨리 늘어 집사람과 아이들한테 체면을 세운것이라고나 할까요.......

숙소로 돌아왔는데 몸은 욱신욱신, 걸을힘도 없는데 배는 고프고 삼겹살을 먹을 시간....... 얼마나 힘이든지 삼겹살 뒤집을 힘도 없는데 주인장 뱃사공님이 다 해주었습니다.

집사람과 딸내미는 산사춘 한병, 저와 뱃사공은 소주 한병을 정말로 맛있게 나누어 먹는데 옛날 아버지 살아계실때 마당에 장작 피워놓고 구어먹는 삼겹살 맛이 납니다.

아이들과 집사람은 방으로 들어가고 뱃사공과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데 밤하늘은 이윽고 잔뜩찌푸려 눈을 내릴 준비를 하고.......

다음날 아침 온 몸이 쑤시고 아파서 일어나기도 힘들었지만 겨우 쌀씻어 밥을 하고 라면끓여 집사람과 아이들 멕이고 또 갈길을 갑니다.

김유정 문학관에 가서 책도 보고 썰매도 타고

남이섬에 가서 한바퀴 돌아드니 이제 벌써 이번 여행도 막바지로 치닫습니다.

제가 경험하는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 보다 누구하고 어떤 분위기에서 여행을 즐기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항상 느낍니다.

항상 사랑하는 집사람과 아이들......(특히 싸구려 음식으로 여행기간 내내 먹여도 전혀 불만이 없다는...ㅋㅋ) 그리고 여행길에서 만난 미소가 아름다운 뱃사공님 같은 분이 있다면 어떤 여행이고 간에 행복한 기억이 머무는 아름다운 여행이 될것입니다.

출처 : 음력 새해맞이 춘천여행기
글쓴이 : 청아한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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